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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봤을 법한 영화가 있다.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오늘은 그중에서도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김초희 감독이 홍상수의 영화 스태프로 영화 제작에 참여해오다 내놓은 첫 작품이라고 한다. 찬실 아버지가 편지를 보낸 부분은 감독의 아버지가 직접 읽은 것이라는 후일담도 있다. 이처럼 이 영화는 김초희 감독이 자신의 삶을 많이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찬실이의 직업이 영화 스태프라는 것도 그것을 증명한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과,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그런데 이는 비단 영화감독이라는 꿈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게 있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기해야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찬실이에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영화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장인물

▶이찬실(강말금) :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고민한다.

▶할머니(윤여정) : 찬실이 사는 집의 주인이다. 찬실에게 글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장국영(김영민) : 찬실의 고민 해결의 열쇠가 되는 판타지적인 인물이다.

▶소피(윤승아) : 인생을 정신 없지만 알차게 사는 영화배우이고, 찬실과 절친한 사이다. 찬실이 가사노동을 하고 급여를 받는 사람이기도 하다.

▶김영(배유람) : 소피의 프랑스어 과외 선생님이고 찬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줄거리(스포 주의)

영화 프로듀서 이찬실이 참석한 감독, 주연 배우들과의 술자리에서 감독이 과음으로 급사한다. 그로 인해 영화는 엎어지고 실직한 찬실은 이태원 산동네의 한 하숙집에 살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찬실은 현생은 망했다 싶었지만, 쥐구멍에도 볕 뜰 날 있다고 소피네 집 가사도우미로 취직하게 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인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러운 남자까지 등장해서 찬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새로 이사 간 집주인 할머니는 정이 넘쳐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여기저기서 '복'이 들어오는 건가 싶다고 찬실은 생각한다. 찬실은 분명 '영'과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찬실은 마음을 고백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떨떠름한 대답뿐이었다. 민망하고 머쓱한 찬실과 당황스러운 영의 반응은 보는이마저 낯 뜨거워지게 만든다. 그래고 결국 찬실은 '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친구가 될 것이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결말 및 감상

나이는 한해 한해 먹어가는데, 꿈만 좇다가 이룬 거 하나 없이 인생만 허비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아마 찬실도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유독 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이런 시련이 자주 찾아온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유독 찬실에게 공감이 많이 됐다. 이제 곧 내 꿈을 포기하고 생계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 나는, 찬실이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을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영화의 결말처럼, 찬실의 앞날처럼 나도 그렇게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포기가, 완전한 정지가 아닌 일시 정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머리에 새겼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소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그리고 풋풋한 호감에서 오는 설렘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결과가 사랑의 결실이 아니었다는 점은 오히려 더 내 마음에 와닿았다. 어찌보면 사랑에는 실패했지만, 아마도 찬실과 '영'은 그보다 더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를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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