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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김윤석 주연의 영화 '검은 사제들' 이전에 '12번째 보조 사제'라는 영화가 있었다. 장재현 감독의 한예종 졸업 작품으로 제작된 단편영화로, 훗날 '검은 사제들'이라는 제목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제15회 전주 국제영화제 감독상, 제13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출연진은 이학주, 박지일, 임성미 등이다. 러닝타임은 총 26분으로 단편 영화인데, 임팩트가 상당한 작품이다. 특히, 이학주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서 주목받고 지금의 소속사인 SM C&C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후일담도 있다. '12번째 보조 사제' 초반에 검정 화면과 함께 기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잠시 후 어리숙해 보이는 표정의 이학주 배우가 기도문을 중얼중얼 읊는 장면이 나오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검은 사제들'보다 더 임팩트가 강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Vimeo에서 유료 결제 후에 시청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막혔다는 소문이 있다.

 

12번째 보조사제 출연진

▶보조 사제(이학주) : 구마 의식을 진행하는 보조사제이다. 과거에 상처가 있어서 중간에 어려움을 겪는다.

▶신부(박지일) : 영신을 위해 끝까지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

▶영신(임성미) : 악령에 씌어 힘들어하면서도 구마 의식을 위해 무의식 상태로도 돕는다.

 

12번째 보조사제 줄거리(스포 주의)

최부제와 김신부는 영신의 몸을 숙주 삼아 살고 있는 악마를 내쫓기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쳐다보지도 말고 대답해주지도 말고 듣지도 말라는 김신부의 말에 결의에 찬 최부제는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준비가 되었습니다." 최부제와 김신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영신의 집에 찾아간다. 하지만 기약 없는 구마에 지친 영신의 아버지에게 내쫓긴다. 이내 영신의 엄마가 나와 둘을 집 안으로 들인다. 이후 둘의 구마 의식이 시작된다. 그런데 구마 의식 중 악령에게 홀린 최부제는 갑작스레 두려움에 떨며 그 집을 뛰쳐나온다. 과거 군복무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찾아와 그를 괴롭혔던 것이다. 허둥지둥 도망친 최부제는 골목길을 나와 사람이 많은 대로변으로 나간다. 얼마 후, 김신부가 최부제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은 최부제는 다시금 결연한 발걸음으로 영신의 집으로 향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검은 사제들 vs 12번째 보조사제

구마에 관한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존에 검은 사제들을 여러 번 봤다. 물론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이기 때문에 퀄리티 측면에서는 비교 불가하다. 그럼에도 나는 '12번째 보조 사제'의 임팩트가 더 강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훨씬 짧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기존에 26분짜리였던 단편 영화를 108분짜리의 장편 영화로 늘려야 해서 그랬는지, 불필요한 부분이 보였다. 후반 부분에서 최부제가 영신에게서 나온 악령을 들고 뛰어 도망가는 장면이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최부제 캐릭터의 개연성도 약해 보였다. 최부제는 동생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신학교에서의 생활은 불량스럽기 그지없었다. '트라우마'라는 부분과 '캐릭터의 어리숙함' 두 가지를 다 잡아야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보는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개연성이 낮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12번째 보조 사제'에서 나온, 여타 사족이 붙지 않은 최부제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어리숙하지만 마음속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종종 보게 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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