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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꿈의 제인'을 보고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다. 2017년에 개봉한 대한민국의 독립 영화이고, 구교환 배우가 트랜스젠더 역으로 나온다. 나는 구교환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대사들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구교환은 이 영화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에 제54회 백상 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이민지는 이 영화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고, 이후 제5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단점은 단 하나, 바로 감독이었다. '꿈의 제인'을 찍은 조현훈 감독은 2013년 영화제 뒤풀이에서 있었던 성추행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2021년 필명 '주진'으로 드라마 '홈타운'의 각본을 맡으며 복귀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영화를 시청했으나,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는 시청을 꺼리게 되었다. 

 

꿈의 제인 등장인물

▶제인(구교환) :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술집에서 일한다. 영화에서 명언을 많이 남겼다.

▶소현(이민지) : 가출 청소년으로 남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해 겉도는 인물이다.

▶지수(이주영) : 가출 청소년으로 동생과 함께 살겠다는 꿈을 가진 채 열심히 살아간다.

▶병욱(이석형) : 가출 청소년 집단의 '아빠'라는 존재로, 권력자다.

 

꿈의 제인 줄거리

가출 청소년인 소현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런 소현을 받아주는 것은 정호 오빠뿐이다. 정호마저 소현을 떠나고 누구라도 자신을 찾아주길 바라던 어느 날, 꿈결처럼 미스터리한 여인 '제인'이 나타나고, 그날 이후 소현은 조금씩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꿈꾸기 시작한다. 제인의 집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서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소현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꿈의 제인 결말 및 감상(스포 주의)

사실 '제인'은 소현의 상상 속 인물이었다. 현실에서는 병욱의 팸에 있었을 때 지수가 죽었다. 병욱이 자신의 의견에 대항하는 지수의 기를 누르기 위해 성매매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지수를 찾아온 다른 팸의 사람들에게는 지수가 살아있는 양 행동했다. 어쩌면 '제인'은 힘들고 혼란스러운 소현에게 있어 탈출구와 같은 상상 속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서 가출 청소년들의 삶에 가슴이 탁 막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의 삶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영화에서 소현은 굉장히 답답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것은 결핍으로 자란 청소년의 특징 중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른으로서, 국가로써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고도 인지한다. 소현도 그것을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제인'이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몽환적인 OST도 굉장히 잘 어울려서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요즘도 생각이 많아질 때면 종종 듣는 노래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꿈의 제인'은 기분이 이상해지면서도 편안해지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꿈의 제인 명대사

제인 : 이런 개 같은 인생 혼자 살아 뭐하니.

제인 :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제인 : 니가 그런 말을 하면, 그 말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너한테 가는 거야.

제인 : 일? 너네가 벌써부터 일을 왜 하니? 어차피 나이 쫌 먹으면 옘병 죽을 때까지 일만 하고 살 텐데. 아직은 안 해도 돼.

제인 :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야. 넌 사랑받기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제인 : 이건 내 생각인데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제인 : 사람은 4명인데 이렇게 케익이 3조각만 남으면 말이야, 그 누구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선 안 돼. 차라리 다 안 먹고 말지.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제인 :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제인 : 나도 그래. 나도 그런 게 있어. 내가 아무리 없다고 해도 사람들 눈엔 보이니까 거짓말하는 게 되고 그런 쏘 스페셜한 게 붙어 있어.

소현 : 이제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갈 거예요. 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없던 때로 말이에요.

소현 : 사람들 옆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어.

 

번외로 구교환 배우의 트랜스젠더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원래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뭐랄까 '제인'은 구교환이 아닌 것 같다. 정말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제인과 소현이 그토록 사랑하던 '정호'라는 인물이 이학주 배우였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너무 놀랐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 출연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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