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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 말아먹은 영화 1순위로 '지구를 지켜라'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영화 내용은 알차고 의미 있다. 초반에는 의아해하면서 보다가도 뒤로 갈수록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영화다. SF, 스릴러, 범죄, 블랙코미디 등의 장르로 볼 수 있다. 2003년 4월 4일 개봉한 한국 영화로,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하균, 백윤식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신하균 배우는 외계인을 믿는 엉뚱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포스터에는 그러한 내용이 강조되어 있는데, 사실 주요 내용은 그게 아니다. 다시 말해, 어느 누구도 포스터만 보고 이 영화의 실체를 알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심지어 상단에 쓰여있는 '범우주적 코믹 납치극'이라는 글귀는 이 영화의 내용을 단단히 오해하게 만들어 버린다. 여러모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포스터다. 그럼 알맹이가 알찬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구를지켜라 포스터

 

지구를 지켜라 등장인물

▶이병구(신하균) :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고 그들이 지구를 멸망시키려 한다고 믿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뼈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병원에서는 어머니를 돌보는 효자로 알려져 있다.

▶강만식(백윤식) : 유제 화학 사장으로 흔히 말하는 무소불위 권력자로 알려져 있다. 주가조작, 스캔들, 구사대 동원 등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으며 병구는 그를 안드로메다 PK-45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생각한다.

▶순이(황정민) : 서커스단의 줄타기 곡예사로 동네 오빠인 병구를 좋아하며 도와준다.

▶추상철(이재용) : 수십년 전에는 '개코반장'이라고 불리던 매우 유능한 형사 반장이었지만 뇌물 사건의 누명으로 인해 지금은 경찰 식당에서 일하는 신세다. 김 형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개인적으로 사건을 추적하고 있으나 김형사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

▶김형사(이주현) : 강력반 신참 형사이자 서울대 졸업생이다. 강만식 납치 사건 수사팀의 일원이며 추 형사의 팬이다. 추 형사 사후 이병구와 관련된 사건들을 추격한다.

 

지구를 지켜라 줄거리(스포 주의)

주인공 병구는 자신의 인생에 불행을 끼친 인물들을 외계인이란 이유로 한 명씩 납치해 수없이 많은 고문을 한 뒤 죽이는 행위를 반복해 오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괴롭히던 선생, 소년원에서 괴롭혔던 교도권, 공장에서 일할 때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를 때려죽인 구사대원 등이다. 그리고 그 외계인 고기 중 표본을 제외하고 나머진 병구가 기르는 개 '지구'에게 준다. 병구는 유제 화학의 사장인 강만식이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그를 납치한다. 아지트에서 강만식을 구속하고 머리를 삭발시킨 병구는 강만식의 신경 시스템을 약화시키기 위해 발등에 물파스를 바른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강만식에게 병구는 외계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강만식을 납치한 이유는 왕자와 유일하게 텔레파시를 할 수 있는 외계인이기 때문이었다. 강만식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강만식은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병구의 어머니를 살릴 방법이 있다고 한다. 병구는 그가 말한 대로 했지만 도리어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며 분노한다. 이후 강만식과 병구는 엎치락뒤치락 싸운다. 어느 날 형사가 병구의 집을 찾아온다. 둘은 하룻밤 사이에 친해지지만 결국 자신의 행위를 들킨 병구는 형사를 죽인다. 이후로도 강만식과 병구의 쫓고 쫓기는 승부가 계속된다. 그러다 병구는 죽고 강만식은 형사들에게 구조된다.

 

지구를 지켜라 결말 및 해석

바로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외계인의 우주선이 나타나 레이저를 발사하여 김 형사를 포함한 경찰들을 살해하고 강만식을 구출한다. 그는 사실 외계인 왕자였던 것이다. 즉, 지금까지 병구가 했던 말과 주장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병구와 병구 어머니가 왕자가 말했던 실험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윽고 왕자는 실험이 실패했다며, 지구인에게 실망했다고 말하며 실험 중단을 명령하고 지구를 파괴한다. 결국 지구를 지키려는 병구의 노력과 병구의 폭주를 막고 병구가 저지른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던 김 형사의 선의가 지구 멸망을 앞당긴 것이다. 마지막 반전이 나왔을 때 나는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 중반에 병구가 우울증 약을 먹는 등의 암시가 나왔기 때문에 병구의 주장이 100% 거짓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실이었다. 심지어 병구의 극도로 힘들었던 삶은 외계인의 실험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나는 이 영화가 허무맹랑하지만 의외로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강만식으로 대변되는 상류층과 병구로 대변되는 하류층이 있다. 이토록 극단적인 빈부격차는 어쩌면 외계인의 농간이라고 받아들여질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날카롭게 현실을 풍자하는 영화가 포스터에서는 단순 코미디 영화로 묘사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포스터만 달랐어도 흥행 성적이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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