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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편인데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세인트 모드'라는 영화를 발견해서 보게 되었다. 관람 등급은 청소년 관람 불가인 공포 호러 장르 영국 영화다. 특이한 점은 공포영화임에도 무섭거나 잔혹한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나오긴 나온다) 그럼에도 충분히 심적으로 긴장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주관적인 감상을 말해보자면,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와 비슷한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미드소마'에서는 마을 전체가 어떠한 광기에 휘감겨 있었다면, '세인트 모드'에서는 주인공 혼자만 광기에 휘감겨 있었다는 점은 다르겠으나 맥락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세인트 모드 등장인물

▶세인트 모드(모르피드 클락) : 주인공이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극단적으로 기독교에 몰두해 살아간다.

▶어맨다 콜(제니퍼 엘) : 심각한 암에 걸린 은퇴한 무용수이며 세인트 모드를 호스피스로 고용하게 된다.

 

세인트 모드 줄거리

젊은 간호사 모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겪은 후 세상을 등진 채 극단적으로 기독교에 몰두해 살아간다. '트라우마'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되지는 않지만 영화 초반에 나오는 의료사고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모드는 심각한 암에 걸린 은퇴한 무용수 아만다의 호스피스를 맡게 된다. 서로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모드는 아만다의 영혼을 구원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고, 죽음을 기다리며 지친 아만다는 이러한 모드에게 고마움마저 느끼는 듯하다. 모드의 독실한 믿음은 아만다의 영혼을 영원한 지옥으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지고, 모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만다를 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런데 모드는 호스피스로서의 권한 밖의 행동을 하고 만다. 아만다의 성적 생활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를 알고 화가 난 아만다는 파티에서 공개적으로 모드를 조롱하는데, 참지 못한 모드는 아만다의 뺨을 때리고 만다. 이후 모드는 일자리를 잃고 이전의 고립된 생활로 돌아온다. 이후 술과 성관계에 빠져 삶의 방향성을 잃고 만다. 모드의 곁엔 결국 아무도 없고, 모드가 생각하는 신만이 그의 곁에 남아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가장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신은 모드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적어도 모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신앙심이 지나쳐 그것에 몰두한 모드는 압정을 밟는 등 자신의 신체를 해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친구 조이가 집에 와서 신경을 써주는 듯싶지만, 더이상 모드에게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 이미 자신의 환상과 사명에 너무나 심취해 버린 것이다. 모드는 마치 예수처럼 흰 천을 몸에 휘감고 묵주를 목에 걸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어맨다에게 돌아간다. 병세가 더욱 깊어진 어맨다는 모드에게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하는 듯했지만 준비해 간 약품으로 성호를 그어주려는 모드를 어맨다가 뿌리친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찌 보면 모드에게 가장 치명적인 말을 하고, 모드의 눈에 그는 악마로 변해 있었다. 악마를 퇴치했다고 믿는 모드의 앞에는 칼에 찔린 채 죽어있는 어맨다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모드는 해변으로 걸어가 예수 차림으로 머리에 기름을 붓는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모드의 눈에는 그녀를 추앙하는 사람들로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모드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채 "행복하게" 소멸한다. 

 

세인트 모드 결말 및 감상

모드가 죽어가며 행복해하지만 잠깐 비친 그의 실제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 모드가 이 정도의 광기를 갖게 되기까지 제어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다. 둘째, 모드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의견들이다. 극단적인 종교에의 심취는 위험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모드에 대한 담담한 묘사를 통해 그렇게 유추했다. 따라서 나는 첫째 의견에 한 표 던지고 싶다. 모드가 이 정도의 광기를 갖게 되기까지 제어해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두려움이었는가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모드를 연기한 배우 모르피드 클락의 연기도 인상 깊게 봤다. 스웨덴 출생의 영국 배우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세인트 모드 연기는 담담하게 미친 사람의 절정이었다. 그런 연기가 있었기에 세인트 모드가 이토록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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