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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브이아이피,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6번째 장편 영화 연출 작품으로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범죄 느와르 영화다. 2020년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되었다고 한다.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 엄태구와 삶의 끝에 서 있는 여자 전여빈의 동행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작품이다. 느와르 작품이다 보니 스토리는 뻔하지만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전여빈, 엄태구, 차승원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전여빈의 액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보고 난 후 왠지 허무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서늘한데 낭만적이고, 잔인한데 서정적인 영화 '낙원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낙원의 밤 등장인물

▶재연(전여빈) :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10-20%에 불과한 병에 걸려 수명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 러시아 마피아에 의해서 자신의 가족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었고 그 후에 삼촌인 쿠토에게 거두어져 사격 훈련을 받았다. 총기 밀매를 업으로 하는 삼촌을 둔 탓에 총을 자주 만지며, 사격 실력도 우수한 편이다.

▶박태구(엄태구) : 거대 폭력 조직 북성파의 보스인 도 회장을 작업하고 북성파에게 쫓긴다. 자신의 가족들은 아끼지만, 적들은 얄짤없이 처리하는 냉혹한 면모도 있다. 전형적인 깡패영화 주인공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은근히 유머러스한 면도 보인다.

▶마상길 이사(차승원) : 북성파 이인자로 도 회장이 박태구에게 당한 이후에는 실질적으로 북성파 일인자가 된다. 도 회장을 공격한 박태구의 뒤를 쫓는다. 잔인하지만 양 사장과 달리 의리가 있고 약속은 철저히 지키는 인물이다. 

▶쿠토(이기영) : 재연의 삼촌으로 과거 러시아 마피아에서 일하다가 보복을 당해 재연의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재연의 가족을 죽인 러시아 마피아들을 쿠토가 다 죽였다고 한다.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재연을 미국에 데려가 수술시키기 위해 총기를 밀거래하며 급하게 돈을 모으고 있다.

▶양도수 사장(박호산) : 박태구가 있는 조직의 보스로 태구가 충성심을 다하고 자신도 태구를 믿고 맡기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모든 걸 버리는 양아치 같은 인물이다.

▶도 회장(손병호) : 북성파 보스로 유능한 사람을 자신의 밑에 두려고 하는 욕심 많은 인물이다. 초반에 박태구에게 공격을 당해 사실상 불구가 된다.

▶박 과장(이문식) : 경찰청 과장이며 양 사장의 부탁을 받아 양 사장 조직과 마 이사 조직의 갈등이 더 커지지 않도록 중재하려고 한다.

▶진성(조동인) : 박태구가 아끼는, 박태구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조직원이다.

▶박태구의 누나(장영남) :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시한부 환자로 박태구와는 이부남매 사이다.

▶총기 밀매 조직 보스(현봉식) : 제주도에서 총기 밀매를 하는 북성파 산하 조직의 보스로 부산 사투리를 쓴다.

 

낙원의 밤 줄거리 및 결말(스포 주의)

태구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누나와 조카를 끔찍하게 아끼는데 태구의 누나가 시한부 환자다. 그래서 태구가 이식을 해주려고 하지만 이부남매에 검사 결과가 적합하지 않아 방법이 없는 상태다. 검사 결과를 듣고 낙담해 있던 태구에게 누나의 전화가 오는데 통화를 하다 전화가 끊기게 되고, 누나와 조카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분노한 태구는 북성파를 치기로 한다. 한편 작업 후 태구는 제주도에서 양 사장의 부탁으로 쿠토의 집에서 머문다. 쿠토는 병에 걸려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조카 재연의 수술비를 급하게 마련하기 위해 총기를 대량으로 덤핑 처리하고, 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북성파의 사주를 받은 부산 총기 밀매 조직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후 재연은 삼촌의 죽음으로 반쯤 넋이 나가고, 결국 태구는 재연을 억지로 데리고 떠나 재연의 지인 부부의 펜션에서 머문다. 이후 태구는 누나의 교통사고가 양 사장의 음모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양 사장이 태구의 목에 칼침을 넣어 태구의 숨통을 완전히 끊는다. 재연도 죽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양 사장이 묻지만, 얼마 살지도 못할 애를 왜 죽이냐며 마 이사가 무섭게 쏘아붙인다. 약속대로 무사히 풀려난 재연은 지인의 펜션에서 머물다가 다음날 마이사 일행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으로 찾아가 권총을 들어 조직원을 무참히 학살한다.

 

제주도에서 재연이 좋아하던 물회가 있다. 제주 동북해녀해산물직매장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 '낙원의 밤'에서 물회란 태구에게 누나가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임과 동시에, 재연에게서 누나가 떠오르게 만드는 대상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물회가 굉장히 먹고 싶어 진다. 그런데 반전으로, 전여빈 배우는 물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여담을 한 적이 있다. "물회 장면은 먹방으로 길이 남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정말 잘 먹으려고 노력했다."라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셈이다. 아무튼, 서정적인 느와르 영화가 보고 싶다면 '낙원의 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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