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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주연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신하균 배우의 팬이어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 2002년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세련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이면서 그중 첫 번째 영화다. 그때 당시 흥행하지 못했던 영화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극단적인 폭력성과 하드보일드 방식 특유의 건조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구체적인 스코어는 개봉 3주 동안 관객 34만 5,000명으로 손익분기점이었던 70만 명의 절반을 기록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러니한 복수극과 잔혹함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화의 연출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나는 이 영화처럼 인간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영화를 즐겨보기도 한다. 그럼 이 영화가 어째서 흥행하지 못했는지, 그럼에도 작품성에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복수는 나의 것 등장인물

▶류(신하균) : 주인공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를 돌보며 살고 있다.

▶류의 누나(임지은) : 심부전증을 앓고 있다.

▶영미(배두나) : 혁명적 무정부주의를 설파하고 다닌다.

▶동진(송강호) : 부르주아 계급이고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딸을 키우고 있다.

▶유선(한보배) : 동진의 딸이다.

▶최 반장(이대연) : 동진의 의뢰로 사건을 맡아 해결하지만 돈 앞에 속물이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면에는 아픈 자식이 있다.

▶팽 기사(기주봉) : 일자리에서 잘린 것에 분개하여 자신을 자른 사장 앞에서 자해한다.

 

복수는 나의 것 줄거리

공장 노동자인 청각장애인 류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를 돌보며 둘이서 허름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콩팥 이식 수술이 필요한 누나에게 맞는 신장 기증자를 기다리던 류는 장기매매단에게 자신의 신장과 그동안 모든 천만 원을 주고 누나에게 맞는 신장을 얻으려고 했다. 그러나 신장과 수술비를 잃는 참사를 겪는다. 이후 기적적으로 누나에게 신장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수술비 천만 원이 없어져 수술을 못 하게 되어버렸다. 낙담한 류는 애인인 영미의 제안에 따라 자신을 해고한 중소기업 사장의 동료인 동진의 어린 딸을 유괴한다. 둘은 돈을 구하는대로 딸을 돌려보낼 생각이었지만, 류가 돈을 받으러 나간 사이 누나는 류의 납치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자살한다. 설상가상으로 누나를 고향 강가에 매장하는 과정에서 동진의 딸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사망한다. 가족을 잃은 동진과 류는 각각 납치범과 장기매매단에게 복수를 다짐하게 되고, 꼬리를 문 복수극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류는 장기매매단 3인조 중 한 명을 추격해 그들의 본부를 습격하고 3인조를 모두 살해한다. 그리고 그들의 신장을 꺼내 원래 장기매매단이 장기를 보관하기 위해 준비한 상자에 챙겨 집에 간 뒤 그들의 신장을 씹어먹는다. 한편, 같은 시각 동진은 영미를 찾아내어 전기 고문을 한다. 결국 영미는 사망한다. 동진은 류까지 찾아내고 딸이 죽은 류의 고향 강가로 데려간 뒤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린다. 류는 결국 사망하고 류를 땅에 묻으려던 순간 동진은 의문의 무리에게 둘러싸여 죽임을 당한다. 이들은 영미의 복수를 하러 온 것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 결말 및 감상

영화를 보다보면 대체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방관자의 자세로 등장인물을 대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깨닫는다. 이것은 어떤 개인의 잘못이 아니고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극 중 영미가 끊임없이 외쳐대던 것이 있다. "미군 축출! 재벌 해체!" "민중의 삶을 유린하는 신자유주의를 박살 냅시다!" 바로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극 중 영미가 하는 또 다른 말과 맥을 같이 한다. "세상엔 두 가지 유괴가 있어. 착한 유괴와 나쁜 유괴." 이 말의 요지는 '부의 재분배'라고 볼 수 있다. 가난한 류와 영미는 부유한 동진의 돈을 탐낸다. 무려 '착한 유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영화에서 말하는 '착한 유괴'란 부의 재분배를 이루는 하나의 방법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 방법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제는 무정부주의에 대한 반대인가? 하면 그건 명확히 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결국 무정부주의자들이 동진을 '판결'하기 때문이다. 각자 판단하기에 달린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연출도 인상 깊다. 특히 장기매매단의 소굴로 들어가는 류가 꽃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연출은 정말 예술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시 류 역의 신하균 배우는 장기 밀매범들에게 당한 뒤 히치하이킹을 하는 장면에서 진짜로 헐벗고 모르는 차들 사이에서 연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말 한마디 없이 큰 인상을 주었다. 영화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요소들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오히려 그러한 아이러니 때문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영화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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