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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인 '악녀'를 보았다. 느와르 액션 장르로 한정한다면 국내 최초라고 한다. 아쉬운 점은 굉장히 많았지만 여성 원톱 액션 영화라는 점 때문에 인상 깊게 본 영화다. 액션 연출과 김옥빈 배우의 연기 측면에서만 본다면 호평을 받고 있지만 각본은 굉장히 구리다. 이런 각본으로 이 정도까지의 연기를 해낸 배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래도 김옥빈, 신하균 배우의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 있게 만들어진 것 같다. 각본만 다른 작가가 썼으면 굉장한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면 영화 '악녀'의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악녀 등장인물

▶숙희(김옥빈) :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단 둘이서 연변에서 살던 숙희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이중상에 의해 구출되어 전문 킬러로 훈련 받는다. 이후 국가정보원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삶을 산다.

▶이중상(신하균) : 인신매매 당할 뻔한 숙희를 구해준 뒤 숙희를 킬러로 훈련시킨다.

▶정현수(성준) : 국가정보원 풋내기 요원으로 숙희를 감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권숙(김서형) :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숙희를 스카우트한다.

▶김선(조은지) :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숙희와 앙숙 관계다.

▶은혜(김연우) : 숙희의 딸이다.

 

악녀 줄거리

숙희는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졌다. 아버지가 강도에 의해 사망한 뒤 이중상에 의해 구출되어 전문 킬러가 되는 훈련을 받는다. 자신의 은인이자 스승인 이중상을 사랑하게 된 숙희는 마침내 중상과 결혼하고, 신혼여행으로 서울에 간다. 그런데 신혼 첫날밤 중상은 적대조직에게 죽임을 당하고 숙희는 복수를 위해 그 조직을 궤멸시킨다. 그 과정에서 숙희는 국정원 요원에게 스카우트된다. 숙희는 안간힘을 써서 도망치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국정원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까지 태어나서 더욱이 도망칠 수 없는 몸이 된다. 훈련을 끝낸 숙희는 10년만 국정원을 위해 일하면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준다는 약속을 받고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현수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숙희는 자신의 첫 남편인 중상을 우연히 만난다. 분명 죽은 줄 알았던 중상이 살아있는 걸 확인하자 숙희는 혼란스러워한다. 이후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숙희의 아파트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은혜를 끌어안은 현수가 추락하는 모습을 숙희가 목격한다. 숙희는 이들을 죽게 만든 것이 국정원 측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범인은 다름 아닌 이중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숙희는 이중상을 따라가서 마침내 1대 1로 대면한다. 결국 이중상은 숙희의 손에 죽는다.

 

악녀 결말 및 감상

영화를 보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중상은 숙희를 정말 사랑했는가', '그리고 은혜를 죽인 것은 정말 이중상의 짓인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상은 숙희를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고 생각이 들 때쯤 은혜를 죽인 것 또한 중상이라는 사실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은혜는 숙희의 아이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이기도 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면 중상이 숙희에게 "숙희야, 난 너를 사랑했다. 하지만 네 아버지를 죽인 죄로 더는 너를 사랑할 수 없었다. 이 말이 듣고 싶었던 게지? 그렇게 믿고 싶은 거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다시금 이 생각이 흔들린다. 진심을 에둘러서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 생각에 쐐기를 박는 것이 다음 순간에 나오는 이중상의 휘파람 소리다. 그것은 바로 숙희 아버지가 죽을 때 범인이 불렀던 것이기 때문이다. 숙희는 자기 아버지를 죽인 게 이중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진짜로 죽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은혜를 죽였다는 사실이 또다시 머릿속을 뱅뱅 돈다. 그럼 다음 의문에 대해 생각해보자. 은혜를 죽인 것이 정말 이중상인가? 사실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상의 부하인 춘모는 원래부터 숙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에 악심을 품은 춘모가 뒤에서 일을 꾸며서 은혜까지 죽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약 이 가정이 진실이 된다면 중상은 정말 숙희를 사랑했던 게 맞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열린 결말로 남아서 계속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숙희와 중상의 연기도 굉장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각본이 큰 오점으로 남는다. 이중상 캐릭터가 강렬했음에도 분량을 확 줄이고, 비교적 임팩트가 없었던 정현수를 스포트라이트로 비춘다. 그래서 스토리는 어중간한 상태가 된다. 그리고 숙희의 욕망을 사랑으로만 한정시킨 것도 굉장히 아쉬웠다. 자식에 대한 사랑, 남자에 대한 사랑만이 숙희를 움직이는 연료였다. 이렇게 강하고 멋진 캐릭터의 욕망을 진부한 것으로 설정했다는 점은 탄식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좀 더 거창한 욕망을 부여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앞으로 각본도 좋고 연출도 좋은 여성 원톱 액션 영화가 많아지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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