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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죄 많은 소녀'를 보면서 최근 일어났던 한강 사건이 떠올랐다.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친구'와 '죄 많은 소녀' 속 주인공인 영희의 상황이 너무도 겹쳐 보였던 탓이다. 영화가 조금만 늦게 나왔더라면 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뻔하기도 했겠다. 영화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던 오묘한 줄거리와 전여빈 배우의 연기로 굉장한 인상을 받았다. 영화 장르는 드라마, 미스터리이고 시청 등급은 15세 관람가인데 아마도 조금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소녀들'의 이야기를 남성 감독이 표현해서 그런지 잘 와닿지 않는 부분도 종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몰입감 있게 봤던 영화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당시 꽤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 영희 역을 연기한 전여빈 배우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 스타상을 받으며 충무로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떠올랐다. 그러면 영화의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그렇지 않았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죄 많은 소녀 등장인물

▶영희(전여빈) : 경민의 실종 전날 함께 있었다. 무슨 짓을 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자신은 결백하다며 호소한다.

▶한솔(고원희) : 영희의 절친한 친구인데 경민의 실종 전날은 함께 있지 않았다.

▶경민(전소니) : 실종 전날 영희를 만난다.

▶경민 모(서영화) : 경민의 실종 이후 영희에게 집착한다. 

▶김형사(유재명) : 영희를 추궁한다.

 

죄 많은 소녀 줄거리

경민이 실종된다. 전날 경민을 만난 것은 영희 한 명뿐이다. 영희는 교무실에서 담임에게 그날의 행적을 진술하고, 잠시 후 도착한 경찰에게도 똑같이 진술한다. 하지만 이들은 믿지 않는다. 경민의 엄마는 경민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그만둔다. 경민과 영희가 전날 함께 갔던 굴다리 CCTV를 확인하던 중 둘이 키스를 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이후의 장면은 다른 CCTV가 고장나서 확인할 수 없다. 상황은 점점 영희에게 불리해진다. 경민은 그날 영희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 영희는 증명해보라고 소리쳤다고 밝힌다. "그럼 증명해보라고 목숨도 걸 수 있겠네." 형사와 경민의 엄마는 영희를 닦달한다. 경민의 엄마는 이제 경민을 영희가 죽였다고 확신하는 듯한 모양이었다. 악에 받친 영희는 경민이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경민의 시체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 끝에 경민의 시체를 발견한다. 경찰은 "충동적 자살"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며칠 뒤 경민의 장례식장에 영희가 나타난다. 답답했던 영희는 결국 화장실에서 표백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피를 토하며 발작을 일으키는 전여빈의 연기가 굉장하다. 영희는 병원에 실려갔지만 목에 의료 장치를 붙이고 살아난다. 병원비는 경민의 보험금이었다. 몇 개월 뒤 영희는 교실로 복귀한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영희는 수화로 인사를 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과 교사는 억지로 웃으며 박수를 친다. 그리고 영희는 경민의 엄마를 찾아간다. 그리고 영희는 자살할 것이라는 암시를 한 채 끝이 난다.

 

죄 많은 소녀 결말 해석 및 감상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 고민해봤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은 이들은 그게 진실이 아니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빠진 부모는 원망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결국 찾아낸 그 대상에게 끝까지 집착한다. '그날'의 진실은 영희가 경민의 죽음과 연관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경민의 죽음에 영희보다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경민의 엄마는 영희가 죽인 것이라고 끝까지 생각한다. 이에 참다못한 영희는 결국 경민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도 경민의 엄마에게 똑같이 행한다. 자신이 경민의 죽음으로 오해받았던 것처럼 경민의 엄마도 자신의 죽음으로 끝까지 의심받을 것이다. 그리고 억울해하는 영희의 반응을 똑같이 할 것이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이마를 탁 쳤다. 사실 나도 영화 보는 내내 영희를 의심했다. 그런데 영희는 정말 아니었던 거다. 미묘한 사람 간의 관계를 잘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장면을 넣는 등 영화에 군더더기가 많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생리대 장면, 소녀들의 세계라는 소재에 동성애와 모성애 같은 주제들을 넣으려고 했다는 점 등 영화가 복잡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감독의 데뷔작임을 감안하면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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